본문
럭셔리 車, 탄생부터 다르다
관리I임팔라 2018-05-25 11:25 조회 317 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
대량생산되는 일반 승용차와 달리 매혹적이거나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고 누구나 비범하다고 느낄 화려한 꾸밈새와 강력한 성능을 지닌 차들을 ‘이그조틱 카(exotic car)’라고 한다.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는 뜻의 ‘이그조틱’이라는 단어가 쓰인 데에서 알 수 있듯 주변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고성능 스포츠카나 럭셔리 카들을 그렇게 부른다.
특별한 느낌을 주는 차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최근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있는 페라리 공장을 방문했다. ‘특별한 차는 특별하게 만들어질 것’이라는 상상은 그저 상상에만 그치지 않았다. 페라리를 비롯한 몇몇 브랜드의 이그조틱 카가 생산되는 과정은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비롯해 여러 매체가 다룬 바 있다. 새 모델 공개를 앞두고 세계 각국 자동차 저널리스트를 초청한 행사에서 페라리는 전보다 좀 더 많은 곳을 상세히 공개했다.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의 작업자가 조립 과정 전체를 맡아 한 대의 엔진을 완성한다.
많은 사람이 페라리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강력한 엔진이다. 현재 페라리가 만드는 모든 차에는 8기통과 12기통 엔진이 쓰인다. 모두 페라리가 직접 설계하고 만든다. 페라리 엔진은 크랭크샤프트를 뺀 나머지 부품의 재질 모두 알루미늄 합금이다. 합금 제작에는 여러 원료가 들어가는데 정확한 세부 원료와 배합 비율은 기업 비밀이라고 한다. 페라리 엔진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원료들. 오른쪽에 있는 모래가 부품 성형용 틀을 만드는 주물용 모래다.
엔진 부품 중 많은 수는 페라리가 직접 만든 모래틀(사형)을 사용해 주물로 만든다. 전기 용해로에 원료를 정확한 비율로 넣어 녹인 쇳물을 사형에 부은 뒤 식히면 부품이 만들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쇳물을 붓는 과정은 반자동으로 이루어졌지만 지난해 말 완전 자동화됐다고 한다. 자동화를 통해 품질을 고르게 할 수 있고 낭비되는 에너지와 원료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사형의 제작 과정이다. 사형은 특수 수지와 섞은 주물용 모래에 열과 압력을 가해 만든다. 하나의 부품을 만드는 데 사형이 여러 개 필요하다. 부품 모양이 복잡할수록 필요한 사형의 수도 늘어난다. 완성된 사형은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정확한 형태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한다. 기계에서 만들어져 나온 사형을 확인하고 손질하는 일은 숙련된 작업자의 몫이다.
<video id="admaru_video_o" autoplay="" muted=""></video>
주물로 만든 엔진 부품은 옆 건물에 있는 기계가공 시설로 옮겨져 다른 핵심 부품들과 함께 정밀 가공된다. 기계가공 시설에서는 대부분 작업을 로봇이 한다. 특히 엔진 등 핵심 부품의 정밀도는 효율과 성능에 직결되므로 가공기계의 정밀도만큼이나 작업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계가공 시설을 포함해 페라리는 생산시설 대부분의 공기 질과 소음, 온도 등을 기준에 맞춰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다. 실내의 꽤 많은 공간에 나무와 풀을 심었고 건물 자체도 자연채광으로 편안한 분위기라 각종 기계와 설비가 주는 차가운 느낌을 상쇄했다. 공장에 대한 선입견을 씻어버릴 만큼 쾌적한 실내 분위기에 ‘이런 공장이라면 나도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페라리는 친환경 공장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공장에서 쓰는 전기의 상당 부분을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고 있기도 하다. 페라리 차들이 일반 차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이라도 줄이겠다는 일종의 자정 노력인 셈이다.
정밀 가공된 엔진 부품은 다시 엔진 조립 시설로 옮겨진다. 몇몇 고성능 자동차 업체와 마찬가지로 페라리 역시 엔진 하나를 조립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 작업자가 맡아서 완성한다. 페라리에서는 8기통 엔진은 한 사람, 12기통 엔진은 두 사람이 한 기의 엔진 조립을 책임진다.
조립은 여러 단계로 진행된다. 작업자가 이동식 플랫폼에 서서 엔진과 함께 움직이며 부품을 하나둘씩 결합하다 보면 어느새 엔진이 완성된다. 완성된 엔진은 최종 조립라인이 있는 건물로 옮겨져 내장재와 다른 부품 및 편의장비, 차체와 결합해 실제 달릴 수 있는 차로 만들어진다.
기계에 감성을 입히는 마무리 작업은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페라리 제공
페라리의 알루미늄 합금 차체는 마라넬로 공장에서 30분 남짓 떨어진 모데나의 스칼리에티 공장에서 만든다. 원래 독립된 차체 제작업체, 즉 카로체리아였던 스칼리에티는 ‘250 테스타 로사’와 ‘250 GTO’ 등 여러 페라리 명차의 차체를 만든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페라리 소유인 스칼리에티 공장은 생산 라인과 핵심 용접 작업 등은 자동화되어 있지만 정밀 세부 가공과 표면 처리 등은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완성된 차체는 마라넬로로 옮겨져 색이 입혀진 다음 최종 조립 라인에서 다른 부품과 만나게 된다.최종 조립 라인에서는 하루 25대 생산을 목표로 19분에 한 대씩 차가 완성되고 있었다. 적어도 최종 조립 공정은 다른 자동차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페라리 시설과 마찬가지로 분위기가 무척 편안하다는 점, 라인 이동 속도가 무척 느리다는 점, 작업의 편리함을 돕는 시설의 수준이 높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작업자가 지나치게 고개를 들거나 허리를 굽히지 않도록 자동화 설비가 차체나 뼈대를 작업하기 편한 위치로 자동 조절하고 무인 운송차가 모델마다 다른 뼈대를 작업 순서에 맞춰 알맞은 자리로 옮겨 놓는다. 최종 조립 라인에서도 꾸준히 자동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다른 업체보다 사람이 작업하는 비율이 높다. 같은 페라리 공장 안에서도 V8 엔진 모델보다 V12 엔진 모델에 사람의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공장 내에서 사람의 모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내장재를 만드는 공간이다. 유명한 럭셔리 카 브랜드가 대부분 그렇듯 페라리도 고급 내장재를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 취향에 맞춰 특별한 색과 소재로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내장재를 사람의 손으로 작업하기 때문이다.
페라리의 최고급 모델인 GTC4 루소의 실내.
내장재로 인기 높은 가죽은 원단부터 사람이 표면 상태를 확인한다. 원단을 사용할 부위에 맞춰 정확하게 재단한 다음 각 부품별 작업 담당자에게 전달돼 내장재 표면에 씌우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바느질은 대부분 전동 재봉틀을 쓰지만 내장재 형태에 맞춰 정확하고 매끈하게 씌우는 데에는 세련되고 능숙한 손놀림이 필요하다. 작업자 중 젊어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중장년층 여성이 많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흔히 말하는 장인들의 손을 거쳐야 비로소 페라리는 사람이 타는 기계로 완성된다. 기계에 감성을 입히는 일이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페라리의 특별함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페라리 공장은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이용하거나 페라리 웹사이트에서 사전 예약하면 방문할 수 있다. 그러나 공장 내부까지 들어가 볼 수는 없다. 주요 시설 사이로 나 있는 길을 버스에 탄 채 돌면서 안내자의 설명을 듣는 것이 전부다. 자동차 공장이 대부분 그렇듯 공장 입구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개별 사진촬영도 할 수 없다.
공장 직원을 제외하면 공장 내부를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취재허가를 받은 기자와 페라리를 직접 구매한 소비자뿐이라고 한다. 특별한 차를 만드는 과정을 둘러보는 일 역시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기회다. 차를 산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차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이 들인 정성과 노력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마음에 새길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댓글1
인부I캐라대디 작성일
한두대 사야겠군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