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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강렬한 기억…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관리I임팔라 2018-04-30 15:54 조회 420
다운사이징 대세 거스른 V8 6.2ℓ 자연흡기 엔진
MRC가 선사하는 유려한 코너링
하차감 중요시 하는 소비자에게 강력 추천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절제된 생활방식을 통해 여유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다양한 분야에서 확산 하고 있다. 집안 인테리어부터 패션, 음식까지 우리의 의식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도 ‘미니멀리즘’이 대세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다. 2010년대 들어서부터 배기량은 줄이고, 부족한 출력은 과급기(터보)로 보완하는 ‘다운사이징’이 자동차 제조사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간 것이다. 여기에 ‘큰 차’ 하면 떠올랐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저도 ‘크로스 오버(Cross Over)’라는 이름하에 소형 차량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진정한 ‘미니멀리즘’을 달성했다.
하지만 어딜 가든 대세를 거스르고 자기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걷는 존재가 있듯, 미니멀리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다기통 고배기량, 그리고 압도적인 스케일로 좌중을 압도하는 차가 있다. 바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얘기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크고 웅장한 미국차량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델이다. 이는 제원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에스컬레이드의 전장은 5180mm, 전고도 1900mm에 달한다. 전폭 역시 2045mm로 국내 미니버스에 필적할 수준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크기가 ‘숏바디’ 모델이라는 점이다.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롱바디’ 모델은 무려 전장 5698mm, 전폭 2044mm로 ‘아메리칸 스케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처럼 에스컬레이드는 압도적인 크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폭군과 같은 거친 차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를 실제로 보니 ‘우락부락’보다는 ‘우아함’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특히 전면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패 모양의 라지에이터 그릴이 인상적이었다. 굵은 크롬 가로줄이 적용된 에스컬레이드의 그릴은 크기가 웬만한 세단 본닛에 필적해 보였다. 여기에 캐딜락의 고급스러운 엠블럼과 ‘폭포수’ 형상을 한 헤드라이트가 더해져 고급스러움을 뽐냈다.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에스컬레이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아우라였다.
측면부에도 크롬이 대거 차용됐다. 크롬 같은 경우 너무 과하게 사용할 경우 시선을 분산시켜 자칫 촌스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는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크롬장식이 조화를 이뤘다. 덕분에 단순하지만 화려한 멋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22인치 크기의 대형 알로이 휠 역시 에스컬레이드의 디자인을 더욱 부각 시켜줬다.
후면부도 직선으로 이뤄진 단순함에서 캐딜락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D필러를 가로지르는 LED 리어램프는 전면부의 폭포수 헤드라이트와 통일성을 가져 다시 한 번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을 강조한다. 넓은 면적의 트렁크 도어 위를 수놓은 크롬 장식과 캐딜락 엠블럼은 에스컬레이드 디자인의 마침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내로 들어오면 에스컬레이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크기만 큰 차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캐딜락의 최신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지만 플래그십 차량인 만큼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이는 과감하게 사용된 크롬과 하이그로시 소재가 한몫했다. 이를 통해 운전자를 비롯해 탑승자에게 시각을 비롯한 다양한 감성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지문이 많이 묻는 패널이라고는 하지만 시크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감성을 갖춤과 동시에 최신의 기능을 대거 집약하고 있는 CUE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어우러져 우수한 사용성 역시 제시해 만족감을 높였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디지털 계기판과 컬럼식 기어변속기의 조합이다. 최신 트렌드에 맞춰 100% 디지털화 된 계기판과 달리, 과거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컬럼식 기어변속기는 묘한 느낌을 준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당도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기자 개인적으로는 1억원이 넘는 차량인 만큼 컬럼식 변속기 보다는 전자 제어식 변속기가 적용됐더라면 더 괜찮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넓은 공간은 다양한 기능으로 채워졌다. 특히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적용된 보스 센터포인트 서라운드 시스템을 통해 말 그대로 플래그십 SUV의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는 모습이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면 안락한 공간이 탑승자를 맞이한다.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을 갖춘 2열의 경우 풍성한 쿠션이 더해진 시트 덕분에 여유롭고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통해 지루하지 않은 여정을 만끽할 수 있다. 보스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통해 보다 풍부한 음향 경험을 보장한다. 이와 함께 넉넉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3열 공간에도 성인 남성이 앉을 수 있어 플래그십 SUV의 감성을 그 어떤 모델보다 강하게 드러낸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반적으로 마감이 투박하다는 점이다. 미흡하진 않지만 세련되지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는 한 세대 전 GM의 디자인 정체성이 곳곳에서 묻어나오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본격적인 시승에 나서기 위해 운전석에 앉았다. 시트 포지션을 최대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트럭을 탄 것 마냥 높고 넓은 시야를 제공했다. 군대에서 타던 4분의 5톤 닷지 트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넓은 전폭으로 인해 주차와 좁은 길을 지날 때 다소 긴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엔진스타트 버튼을 살포시 누르자 자연흡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한 배기음이 전율을 선사했다. 최근 터보엔진을 통한 다운사이징이 추세라 하지만 에스컬레이드는 여전히 미국을 상징하는 V8 6200cc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고집했다. 이 엔진은 최고 출력 426마력과 62.2kg.m의 토크를 낸다. 경쟁 차량인 링컨 내비게이터가 V6 3500cc 에코부스트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을 적용해 다운사이징에 동참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가속페달을 밟자 육중한 차체가 경쾌하게 뻗어 나갔다. 자연흡기 엔진의 장점인 빠른 응답성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밟으면 밟을수록 마성을 자극하는 V8 엔진의 사운드에 매료돼 질주본능을 이끌어 냈다.
이와 함께 부드러운 주행 질감과 매끄러운 가속에 초점을 맞춘 최신의 8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된 덕분에 반복된 가·감속에서도 기민한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캐딜락이 자랑하는 마그네틱라이드컨트롤(MRC)이 적용돼 보다 안락한 승차감을 선사했다. 차량이 육중한 만큼 심한 롤링은 불가피 하지만 이를 MRC가 확실하게 잡아줘 흔들림을 최소화했다.
고속에서는 MRC의 개입으로 인해 차량의 움직임이 한층 안정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만족하고 또 RPM을 높여서 과감한 드라이빙을 할 때에는 MRC의 존재 덕에 언제든 코너를 과감히 공략할 수 있었다.
효율성도 생각보다는 발군이었다. 국내 복합 연비 기준으로 ℓ당 6.9㎞ 복합 연비를 인증 받았으며 도심과 고속도로에서는 각각 ℓ당6.0㎞와 ℓ당 8.5㎞의 연비를 갖췄다. 실제 주행에서도 ℓ당 6.8㎞의 연료 효율을 보였다. 시내 주행에 70% 이상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선방한 편이다. 이는 저속 주행에서는 4개의 실린더만 사용하는 ‘가변 실린더’ 기술 덕분에 2.6톤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 대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자동차를 구입하는 고객층 중에 ‘하차감’을 중요시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차감이란 차량에서 내릴 때 느끼는 사람들의 시선과 자부심 등을 종합한 느낌으로 차에 대한 만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사용된다. 이 하차감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에스컬레이드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그 어떤 곳에서도 에스컬레이드 만큼의 존재감을 낼 수 있는 차량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1억30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 때문에 많은 이들이 엄두를 내지 못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가 뽐내는 가치와 존재감은 1억3000만원 그 이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1
광전I에스에이치 작성일
드림카 중의 하나인데...